ㅡㅡ 장생 :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냐?
공길 :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!
ㅡㅡ 공길
: 못 가, 아무도 못 떠나!
장생 : 비켜!
공길 : 나가기 전에 내
손에 먼저 죽어.
장생 : 그래, 니가 나를 살렸으니 니가 날 죽여라. 쳐라!
공길 : 가려거든 날 죽이고 가.
장생 : 인연이야 벨수 없겠지. 하지만, 목에
칼이 들어와도 광대에겐 광대의 길이 있는거야.
ㅡㅡ 장생 : 어릴 적 광대패를 처음 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, 광대가
되어서는 어느 광대놈과 짝 맞추어 노는게 신이 나 눈이 멀고, 한양에 올라와서는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, 그러다
얼떨결에 궁에 들어와서는 이렇게 눈이 멀고, 그렇게 눈이 멀어서는 볼 걸 못 보고, 어느 잡놈이 그 놈 마음 훔쳐가는 것을 못 보고,
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...
ㅡㅡ 장생 : 내 평생을 맹인연기만 하고 살았는데 막상 맹인이
되고나니 맹인연기 한 번 못해보고 죽는게 한이네그려. 이제 제대로 한 판 놀 수 있는데 말이오.
ㅡㅡ 공길 : 그래 눈이 정말 머니까 그리 좋냐? 이 잡놈아!
장생 : 그래
좋다!
공길 : 네 놈은 다시 나면 뭐로 나고 싶으냐? 다시 태어나면 뭘로
태어날래? 양반으로 태어나련? 아님 왕으로 태어나련?
장생 : 싫다! 이 세상 한바탕 놀다가면 그만인
것을...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당연히 광대로 태어날란다.
공길 : 이 놈, 목숨 놓고
광대짓하다 죽게 생겼으면서도 또 광대냐?
장생 : 그러는 네 년은 다시 태어나면 무어가 되고프냐?
공길 : 나야 두말할 것 없이 광대, 광대지!
ㅡㅡ 장생 : 줄 위에선 내가
왕이다.
ㅡㅡ 공길 : 아래를 보지마. 무서워. 줄 위는 반 허공이야. 하늘도
아니고 땅도 아닌 반 허공.
ㅡㅡ 처선 : 큰 사냥을 하기 위해선 발소리를 죽이는
법이옵니다.
영화『왕의 남자』중에서
♬ 인연 / 이선희 (왕의남자
OST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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